#1 시내에서 회식 때문에 술이 얼큰히 취한 A씨. 멀쩡하다고 생각하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기어를 'D'에 걸었다. 하지만 이내 올라오는 술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은 채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2 집에서 술을 마시던 B씨. 집 앞에 세워둔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차는 경사면에 세워놓은 탓에 그는 차 시동을 켜지 않고 기어 중립 상태에서 비탈길을 내려갔다.
비슷해보이면서도 사소한 차이점이 있는 두 사람. 둘 중 음주운전에 걸리는 이는 누구일까? 정답은 A씨다.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시동을 켜고 기어를 주행으로 맞추기만 해도 운전할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차 시동을 켜지 않았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중력으로 비탈길을 내려가는 것은 음주운전이라 볼 수 없다. 경찰교육원은 24일 이같이 일선 경찰관도 쉽게 헷갈릴 수 있는 복잡한 음주운전 사례와 단속 방법 드을 정리한 '음주운전수사론'을 발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만 면허취소 대상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나 대학 구내, 식당 주차장 등 사적 공간으로 차단기 등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곳은 도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장소라도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로가 된다. 이때 음주운전을 했다면 면허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기어를 주행이나 후진에 놓기만 하면 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운전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아주 조금만 차량이 이동했다해도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은 운전자가 술을 마신 후 경과한 시간과 상관없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운전자가 맑은 물로 충분히 입 안을 헹구게 해야 한다. 운전자가 알코올 농도 측정을 거부하면 경찰관은 10분 간격으로 세 번 측정을 요구한다. 세 번째 요청도 거부하면 측정거부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운전자가 호흡 측정기에 의한 측정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불복하고 채혈 측정을 요구하려면 30분 내에 해야 한다. 대법원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채혈 측정하겠다는 운전자의 요구를 거부한 경찰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호흡 측정기가 미심쩍은 운전자는 경찰관에게 바로 채혈 측정을 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한편, 음주운전수사론에선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했을 때 몸무게 70㎏인 남자가 소주 한 병을 마셨으면 최소 4시간 6분이 지나야 운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체중 60
이처럼 이 책자는 음주운전 관련 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자세히 정리돼 있지만 사용목적은 경찰 내부 참고용으로 만들어졌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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