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사고가 잦은 탓에 119 소방대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변기에 빠진 청소 도구를 빼달라는 황당한 요구부터 출동 길을 막는 얌체 차량까지, 말 그대로 소방대원 수난시대입니다.
박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장화를 신고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소방대원.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구하려고 나무를 타고, 변기 옆으로 들어간 강아지를 대신 내오고.
천장 틈에 있는 고양이를 꺼내는 것도 모두 '도와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소위 '양반'에 속합니다.
119를 개인 비서 정도로 여기는 얌체 시민들 때문에 황당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신고 녹취
- "화장실 변기에 (청소용) 솔이 들어가서 빠지질 않는데 빼주실 수 있습니까? 좀 오셔서 해줄 순 없습니까?"
▶ 인터뷰(☎) : 신고 녹취
- "여기가 OO역이에요. (집까지) 택시 타면 2만 원 안 돼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횡설수설 신고자가 원한 것은 자신의 불평을 다 들어주고 집에 바래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119 신고는 247만 건, 하루 평균 6천700여 건으로 1분당 4.7건이 접수됐습니다.
이 중 절반이 잘못 걸었거나 만성질환 상담 같은 단순한 건강 문의, 장난 전화입니다.
▶ 스탠딩 : 박유영 / 기자
- "실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출동할 때에도 소방대원들을 애태우는 건 또 있습니다."
아무리 사이렌을 울려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차량들.
다급한 마음에 비켜달라고 방송을 해도.
"차량 좌우로 양보하세요, 차량 좌우로 양보하세요!"
꿈쩍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전성관 / 중부소방서 회현119안전센터 소방장
- "운전자한테 가서하소연하고 싶을 때도 굉장히 많습니다. 속이 바짝바짝 타죠. 저기 현장에서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철없는 행동 때문에 타인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시민 의식이 절실해 보입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영상취재: 이재기 기자
영상편집: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