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방에서 불이 나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바로 화재 감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모텔 방에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연기 감지기 대신 열 감지기가 대부분이라는데요.
왜 그런지 박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건물 내부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화곡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한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보기도 울리지 않은데다 불이 옆 모텔로 번지면서 불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 모텔들이 한데 모인 모텔촌에선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질 우려가 높습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모텔촌 특성상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들어서기도 어려운데다 이처럼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이 날 경우 옮아붙기 쉽습니다."
문제는 모텔 내부를 살펴보면 복도와 방에 달린 감지기의 종류가 다르다는 겁니다.
복도에는 연기 감지기가 달렸지만 방에는 열 감지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연기를 감지해 화재 초기에 경보기를 울리는 연기 감지기와는 달리,
열 감지기는 분당 실내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야 경보기를 울립니다.
한 마디로 불이 커져야만 감지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 모텔 방에는 연기 감지기가 아닌 열 감지기를 설치돼 있습니다.
다름 아닌 가격 차이 때문입니다.
열 감지기 가격은 연기 감지기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소방설비 판매업체 관계자
- "일반 건물 같은 데도 방 안쪽은 전부 열 감지기가 달렸어요. (판매 비율은) 5대1 보면 돼요."
현행 소방법에는 모텔 복도에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라고 돼 있지만, 방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심지어 복도에도 열 감지기만 달린 오래된 모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모텔 관계자
- "저희 모텔은 옛날에 지은 것이라서 예전 규정이 적용된 것이어서 둘 다 달려 있지는 않아요."
느슨한 현행법과 돈 몇 푼 아끼려는 편법이 대형 화재의 위험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이원철,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