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간에 체결한 약정 내용이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 계약일 경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계약서에 명시한 조건이라고 해도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넣은 불공정 약관은 가맹점이 지킬 필요 없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합의2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이지바이가 조모씨(55) 부부에게 제기한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조씨와 남편 이모씨는 2012년 경기도 의왕시에 작은 빵집을 냈다. 프랜차이즈 업체 이지바이와 계약을 맺고 가맹점을 냈는데 500~3000원짜리 빵을 팔며 2년 동안 영업했다.
문제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조씨 부부가 간판만 바꿔 영업하면서 시작됐다. 이지바이는 계약이 끝난 뒤 2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빵집을 영업할 수 없다는 이른바 '경쟁업종 금지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며 위약금 5000만원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빵 기술도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재판부는 조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에 비해 우월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며 "사업자는 업체가 제시하는 계약 조건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약정을 체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지바이'의 경우 조씨 부부에게 축적된 영업 비밀과 노하우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씨 부부가 부당하게 유용할 정도로 이지바이가 높은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를 확보하지 않고 있어 '경업금지 조항'은 무효"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