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당국과 교육감들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대척점은 어린이집에서 3~5세 영아들을 교육시키는 누리과정 사업의 어린이집 예산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리사업 예산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라 시.도 교육청 교부금에서 부담해야 할 몫"이라고 꼬집으며 "지방 교육청이 일시적인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시행중인 제도를 되돌리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세수감소로 내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부족해지면서 시.도 교육청이 "정부서 돈을 대달라. 예산 안주면 누리과정 못 한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데 따른 비판이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문제의 발단은 작년 급작스런 세수부족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부금법에 따르면 실제 세수를 정산해 차차기년도 교부금에 반영하게 돼 있다. 2013년 경기악화로 세수가 급감한 뒤 내국세의 20.27%를 지방교육재정으로 받아가는 교육청은 당초 목표치보다 2조7000억원의 교부금이 깎이게 됐다. 이에 시.도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을 만큼 재정이 악화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으로 이중 어린이집 예산은 2조1429억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에 정부는 1조9000억원 규모 지방교육채를 교육청이 발행하면 이를 인수해 부족자금을 메워주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모자라는 돈은 정부가 꿔 주겠지만 결국 그 비용은 17개 각 시.도 교육청에서 담당할 몫이라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세수결손으로 당장은 돈이 부족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청은 중앙정부에 비해 돈이 남아도는 구조기 때문에 채권발행을 통해 빚을 져도 괜찮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다. 실제로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내국세 규모에 비례해 교육청의 교부금은 점점 늘어나지만, 학생수는 매년 10만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기재부의 중기계획상 교육청의 교부금은 2014년 40조9000억원에서 내년 39조5000억원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2016년 45조5000억원, 2017년 48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방문규 차관은 "누리사업은 지자체에서도 상당히 상위순위에 있는 사업인데 교육청에서 보이콧 얘기가 나오는 건 교육감들이 자신의 공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져버리는 것 아니냐"며 "교육을 책임지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법을 존중하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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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주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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