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라인 들먹인 간 큰 취업 사기 행각 덜미

사기업에 찾아가 청와대 비선라인을 들먹이며 취업에 성공했던 50대 남성이 사기 취업 행각을 이어 가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대우건설.KT에 취직하려 한 무직자 조 모(52)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조 씨는 지난해 전주지법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는 등 사기 전과 2범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박영식(57) 사장실에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조OO 장로를 보낼테니 취업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3시에 보내겠습니다.”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찾아온 50대 남성은 "총무비서관이 보낸 조OO 장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전날 이 비서관을 사칭해 전화를 건 것도 조씨 본인이었다. 그는 신학대학교 학사·석사 학위, H대학 겸임교수 등 가짜 학력과 경력이 적힌 응시 원서를 내밀었고 어처구니 없게도 대우건설 박 사장은 조씨가 청와대의 추천을 받을 정도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고 사무직 부장급으로 채용했다. 조씨는 올해 7월까지 대우건설을 1년여 간 다니다가 그만뒀다.
회사를 나온 조씨는 이번엔 황창규(61) KT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와 유사한 번호까지 개통해 전화를 거는 치밀함까지 업그레이드 됐다. 황 회장을 찾아간 조씨는 "10여년 전부터 VIP(박근혜 대통령)를 도와왔고 선거시 비선 조직으로 활동했다"며 "지금도 VIP를 한달에 한 두번 면담하고 직언을 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이나 감사로 갈 수도 있으나 내가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니 KT에 취직시켜달라"고 말했다. 지난번처럼 H대학 겸임교수 등 허위 이력서를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KT는 황 회장은 조 씨가 청와대 비서관에 추천을 받을 정도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해 인사 담당직원에게 지시해 취업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씨를 의심한 KT는 청와대 비서실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고 거짓말은 들통이 났다. 청와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조씨의 사기 행각은 끝을 맺었다. KT는 "황 회장이 조 씨를 직접 만난 바도 없으며, 취업 절차를 진행한 바도 없다" 며 일부 내용을 부정했다.
조씨는 권력의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만만회' 추천을 받았다고 주장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만회'는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과거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윤회씨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야권에서는 만만회가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실체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씨는 대우건설.KT 외에도 P사 등에도 취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