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피총책` 오갑렬 전 대사, 범인도피교사 부인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도피를 총괄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 매제 오갑렬 전 체코대사가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산을 받게 된 오 전 대사는 3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오 전 대사는 4월 말부터 5월 10일까지 유씨 관련 수사 상황과 연론 동향 등을 적어 일명 김엄마(김명숙.59)를 통해 유씨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유씨 지시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아 이를 이행하거나 전파한 혐의로 지난달 12일 불구속기소됐다. 또 4월 말 구원파 여신도 소유 양평 별장을 유씨 은신처로 제공토록 지시하고 대청소를 하게 하는 등 유씨 도피를 돕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인이자 유씨 여동생인 경희씨(56)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오 전 대사측 변호인은 양평 별장을 답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청소를 한 사실이 없고 실제 은닉행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엄마를 통해 편지를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지만 "안부인사, 신문 등에서 나온 정보를 전달한 것에 불과해 중대한 범인도피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필요하고, 이전부터 범행 도피를 실행하고 있던 김엄마에게 편지를 전달했기 대문에 새로운 도피 교사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오 전 대사의 교사로 여 신도가 별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준비하는 행위 자체가 실행착수라며 범인은닉교사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김엄마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받은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상황이나 구원파 시위 진행 상황, 향후 어떻게 하겠다 등의 정보 제공 행위는 기존 김 엄마 역할 범주에서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범인도피교사"라고 맞섰다.
이에 앞서 오 전 대사측 변호인은 모두 발언을 통해 "(오 전 대사가) 고위 공직자로서 유병언씨의 도주를 막지 못하고 도주를 도와주기까지 한 점 깊이 반성한다"면서 "유씨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2차 공판을 열어 증인 심문, 증거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