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부녀 구하고 숨진 50대…인제경찰 "유족 신청시 의사자 돕겠다"

↑ 사진=MBN

24일 인제 아침가리 계곡에서 물에 빠진 부녀를 구하고 숨진 50대 남성이 현직 개원 의사로 알려진 가운데 이 남성에 대한 의사자 청원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26일 인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께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 계곡에서 정모(인천시 동구)씨가 3∼4ｍ 깊이 소용돌이 일명 '뚝밭소'에 빠진 딸(10·초교 3년)을 구하려고 계곡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씨는 최근 내린 비로 폭포 아래 형성된 소용돌이 탓에 자신의 딸과 함께 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거렸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정씨 부녀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든 사람은 당시 수영 동호회원 10명과 함께 트레킹을 왔던 한증엽(서울시 중구)씨였습니다.

개원 의사인 한씨는 사고 현장 주변을 트레킹하다가 우연히 정씨 부녀의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가족 여행을 온 정씨 부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한씨는 이들 부녀의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을 듣자 주변의 만류에도 반사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한씨는 물에 빠진 정양을 물 밖으로 밀어올린 뒤 아버지 정씨도 구조하려 했지만, 자신도 거센 물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사고 현장에 도착해 한씨와 정씨를 구조, 헬기로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한씨는 끝내 숨졌고, 정씨도 의식 불명 상태에서 치료 중 숨졌습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숨진 한씨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씨 부녀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는 목격자와 주변인 등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담당 경찰은 "여러 증언이나 과거의 사례 등으로 볼 때 숨진 한씨의 행동은 의사자의 요건에 부합한다"며 "한씨 유족들의 의사자 신청이 접수되면 적극 돕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회원들 사이에서 한씨의 의사자 청원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이날 오후 한씨 유족을 만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씨의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1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7일입니다.

한편, 의사자 지원 제도는 자신의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을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나 그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의사자로 선정된 고인의 유족에게는 의사자 증서와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집니다.

또한 의사자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장이 가능합니다.

의사자로 선정되려면 유족이 보건복지부에 직접 신청하거나 관할 지자제가 직권으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