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철에 발에 땀이 나는 게 싫어 슬리퍼를 신고 운전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슬리퍼를 신고 운전하다보면 자칫 사고 위험이 높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박준우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 기자 】
서울 공덕동 오거리.
파란 트럭 한 대가 교차로를 지나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별안간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그대로 트럭을 들이받습니다.
빗길에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가 난 겁니다.
승용차에서 나온 남성 운전자가 신고 있는 건 슬리퍼.
실제로 신발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해봤습니다.
시속 50km로 주행하다 신호가 들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핸들을 틀어 멈추는, 돌발 상황실험입니다.
구두를 신고 운전했을 때 제동거리는 약 8미터.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이번에는 뒤발꿈치가 고정되지 않는 슬리퍼를 신고 돌발 상황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균 제동거리는 약 10미터였습니다.
구두를 신었을 때보다 2m 정도 더 길고,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부상이 사망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준년 /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
- "가속 페달에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는 과정에서 걸릴 수도 있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슬리퍼 때문에 앞으로 밀리거나 뒤축이 고정이 안 돼 있어서 정확한 제어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자 대다수는 슬리퍼 운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름철에 발에 땀이 차는 게 싫어 슬리퍼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더 많습니다.
▶ 인터뷰 : 오광래 / 슬리퍼 착용 운전자
- "구두를 신고 다니면 조금 불편하고 답답하고 그래서 슬리퍼로 운전 자주 합니다."
독일이나 아르헨티나 등은 슬리퍼 운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택시기사에 한해 슬리퍼 착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
잠시 편하자고 신은 슬리퍼가 여름철 도로 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