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12일 막대한 규모의 회삿돈을 끌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쓴 혐의로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옛 체신부 6급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 2004년부터 한국전파기지국과 계열사에서 일해온 현대디지탈테크 대표이사 60대 최모씨도 공범으로 구속기소했다.
장 부회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와 업무상 횡령,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확인한 배임·사기·횡령 액수는 516억여원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홈캐스트 인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디지탈테크와 신흥정보통신 등 계열사사이에 66억4000만원 상당의 보증을 설정하고 142억5000만원을 담보없이 빌려 208억90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장 부회장은 홈캐스트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으나 경영권을 가져오는 데 실패하자 지난해 11월 계열사 명의의 대출서류를 위조해 제2금융권에서 100억원을 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계열사 자금을 잇따라 투입하고 기존 경영진과 분쟁을 벌인 끝에 올해 1월 홈캐스트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그는 회사를 인수한 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2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국전파기지국과 신흥정보통신이 나중에 다시 사들일 것처럼 이들 회사의 이사회 회의록과 매입합의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장 부회장은 홈캐스트 경영권을 놓고 민·형사 소송이 걸리자 회삿돈을 가져다가 변호사 선임 비용 등으로 쓰거나 자문료나 급여 명목의 돈을 과다하게 받는 수법으로 7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파기지국은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기지국 공용화 사업을 독점하는 회사로 지난 1996년 당시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 등이 공기업으로 설립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그의 부친인 장석하 한국전파기지국 회장이 신흥정보통신 등 계열사에 하청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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