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의 걸개그림을 수정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해당 작가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광주시는 문제의 걸개그림 전시를 일체 불허하고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59)씨는 오는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광주정신'전에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을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큰 충격을 받은 홍 씨는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80년 5월 독재정권이 자행한 '폭력'의 성격이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광주 정신'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종'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홍 씨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
이 작품에는 로봇 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으로부터 짓밟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전 후보자의 얼굴도 등장한다.
홍 씨는 "광주시 고위 공무원들이 '걸개그림에 등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빼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과 선글라스를 떼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이어 "처음에는 닭을 그렸다가 큐레이터와 협의 끝에 허수아비로 그려 넣었는데, 광주시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김기춘 실장을 빼라', '계급장을 떼라'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며 "선정작가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공무원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예술가로서 가장 비참한 것이 자기검열하는 것인데, 그런 비참한 마음을 겪으면서 그렸다"며 "큐레이터와 작업을 상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시에서 대책회의까지 열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압력을 넘어 작가와 관계를 갑·을 관계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광주시는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오월 작품은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걸개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걸개그림의 제작 및 전시, 게시 등과 관련 일련의 관련자에 대해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출장 중인 윤장현 시장도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부담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책임을 물어 큐레이터 해촉을 비엔날레 대표이사에게 요구했지만, 윤 시장이 "지금은 책임을 거론할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해촉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가 문제의 걸개그림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홍 씨는 지난 2012년 6월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돌 기념전에서 4대강 사업을 비하하는 작품을 선보였으나 광주시의 요구로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 적이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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