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투표함 등에 휘발유를 뿌린 현직 구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4일 구의회 본회의장에 휘발유를 뿌린 혐의(공용 건조물 방화예비 등)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욱영(57) 해운대구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께 해운대구의회 본회의장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가서 투표함 2곳에 휘발유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시간 가량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오전 11시에 예정된 의장단 선거를 무산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의원은 민선 6기 의장단 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새누리당 소속 동료 의원들이 의장단을 독식하려 하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대구의회는 진통 끝에 지난 16∼18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골고루 나눠 갖는 형식으로 마무리했다. 해운대구의회는 새누리당 의원 11명, 새정치연합 의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 의원은 "불을 붙일 의사가 없는 퍼포먼스로 야당을 기만하려는 여당에 대해 반발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할 뿐만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림사건' 피해자인 박 의원은 영화 '변호인'에 등장하는 국밥집 아들의 실재 인물 가운데 1명으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기소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다.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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