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판정 뒷돈 받은 농구협회 임원 집행유예

중.고교 농구팀 코치와 학부모들로부터 시합 때 판정을 잘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대한농구협회 임원과 심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권영문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진모 씨(62)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600만원, 농구심판 최모 씨(35)와 오모 씨(41)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농구협회 임원과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된 박모 씨(50.여) 등 고교 농구 코치 3명에게는 선고를 유예했다.
진씨는 심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 2008년 1월 모 여고 농구팀 코치인 박씨로부터 자신이 지도하는 팀에 불리한 판정을 하지 못하게 보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6차례에 걸쳐 학부모와 코치들로부터 2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2010년부터 2년간 농구 지도자 7명으로부터 반칙인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상대팀보다 유리하게 판정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고, 오씨는 2007년부터 5년간 같은 명목으로 13명의 농구지도자들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진씨는 아마추어 농구팀 지도자를 감독하는 최선임 상급자로서 부정한 청탁과 적지 않은 돈을 지속적으로 받아 엄벌해야 한다"며 "그러나 평생을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가 있고 앞으로도 원로로서 농구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바가 있어 이번에 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와 오씨는 공정해야 할 심판의 임무를 저버리고 중.고교 농구팀 지도자들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금품을 받아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고정된 월 급여조차 없이 수당만 지급받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심판업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