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외국인 해커에 속아 제대로 확인도 않고 수출대금 10만 달러, 우리돈 1억 원을 고스란히 날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정까지 간 끝에 기업이 아닌 은행의 책임이 처음 인정됐습니다.
이성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서울 불광동 우리은행 지점입니다.
재작년 8월, 이곳을 찾은 나이지리아인 A 씨가 미화 10만 달러를 찾아갑니다.
미국 거래처가 보낸 수출대금을 받아가기 위해서란 게 A 씨 주장이었습니다.
거래처가 지정한 수령인과 거래계좌의 주인이 서로 달랐지만 은행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내줍니다.
알고 보니 A 씨는 국제 해커 일당이었습니다.
국내 업체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거래계좌가 바뀌었으니 돈을 공범의 계좌로 보내라"고 미국 거래처를 속인 겁니다.
은행 규정상 돈을 받을 사람과 예금주 이름이 다르면 지급하지 않아야 하지만 은행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10만 달러나 털린 미국 거래처는 급기야 우리은행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은행에 70% 책임을 물어 7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인터뷰 : 박현정 / 변호사
- "외국환 송금 업무를 처리할 때 수취인 성명과 예금주가 동일해야 함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국내 은행의 과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은행 측은 A 씨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아니었다며 항소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우리은행 관계자
- "돈 받은 분이 며칠 전부터 해외로부터 10만 달러 상당의 금액을 받을 게 있다…영업점 직원은 규정에 따라서 정확하게 처리를 한 거고…."
수출대금 해킹 사건에서 은행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피해업체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
영상취재 : 조영민, 김회종
영상편집 : 최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