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직접적인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급격한 변침의 중심에 서 있는 3등 항해사 박모씨(25.여)가 사고 직후 선배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책임을 선장에게 넘기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내용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재판에서 검찰측이 증거를 설명하면서 박씨의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박씨는 선배가 "민사소송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무조건 책임회피 식으로,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선장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박씨는 선배가 "브릿지에 선장이 있었냐"고 묻자 "선장이 재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답변해 이 선장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씨는 또 "선장이 갑자기 말도 않고 방에 들어가 기관장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라고 묻고는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카톡이나 게임 아닐까 싶다"고 선배에게 전했다.
검찰은 이 선장의 휴대전화에 8개의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었다고 밝혔다. 박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수사를 받고 나서 카톡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정직하게 답했고 책임도 인정했다"고 변호했다.
검찰측은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대부분 "물은 차오르는데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사고난지도 몰랐다. 무섭다" 등의 내용으로 당시 침몰하는 배 안의 공포와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하는 내용이다.
김모 학생은 "배가 60도 이상 기울었어. 연극부 애들아 진짜 사랑하고 나는 마지막 동영상 찍었어(9시10분)"라고 말했다. 또다른 김모학생은 "배가 90%기울었는데 학생말고 다른 승객부터 구조중(10시7분)"이라고 남겼다. 한모 학생은 "케비넷이 떨어져 옆 방 깔렸어. 무서워(10시12분)". 한 학생은 "구명조끼 입었어. 엄마 진짜 보고싶어. 창문 바로 앞에 컨테이너 떠 내려가. 방송도 안해죠. 가만히 있으래
가까스로 구조된 위모 학생은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나왔어. 그런데 뒤에 살아있는 친구들이 엄청 많았는데 죽었을 거예요. 배 안에 선원들은 아무것도 안해요. 가만히 있으면 산다고 했는데 안 나왔으면 저까지 죽을 뻔 했어요"라고 남겼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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