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성공보수가 착수금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부당한 성공보수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험을 감수한 보수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지만, 이번 판결이 변호사들의 과도한 수임료 요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는 A씨가 변호사 B씨를 상대로 낸 성공보수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후 2011년 7월 B씨와 항소심 사건에 관해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착수금은 500만원으로 설정하고, 승소판결 시 성공보수로 승소가액의 10%를 받기로 했다.
화해가 이뤄진 경우에도 승소한 것으로 간주해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A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인지대와 송달료 등을 납부하지 못하자 B씨는 이것도 대납했다. 2012년 1월에는 성공보수비를 30%로 증액하는 계약을 맺었다.
2012년 8월 법원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돼 A씨가 4억8000만원을 받게 되자 B씨는 성공보수금 1억44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성공보수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A씨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변호사 성공보수가 과다한지 여부는 단순히 성공보수금이 착수금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사건의 난이도, 승소 가능성, 의뢰인이 얻은 이익, 수임인의 전문성이나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성공보수금 증액 합의는 수임사건에 좀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원고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며 "피고가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전부 대납하면서 승소하지 못할 경우 원고 형편 때문에 대납해준 금액조차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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