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직장 생활 3년차인 이주호(31·가명)씨는 '후끈한' 여름을 맞고 있다. 밀려드는 업무 때문이 아니라 바로 사무실을 습격한 '시스루'(속이 비치는 옷)와 '미니스커트'의 공세 탓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웃옷은 얇아지고 치마는 짧아지는 탓이다. 맨 살이 훅훅 드러나는 사무실 광경에 도대체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알 수 없는 요즘이다.
특히 최근 이 씨의 머리를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건 막내 여사원 A다. A는 워낙 스스럼없고 개방적인 성격이라 회사에 빠르게 적응해 입사 초기부터 예쁨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옷'에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블라우스는 물론 과감하게 옆이 트인 치마까지 입고 출근한 것이다. 그 날 이 씨를 비롯한 전체 남자 직원은 어색한 표정으로 헛기침만 내뱉었다.
A의 사수인 이 씨는 직접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기만 했다. 괜히 "치마가 너무 짧네"라고 말했다가 후배 다리나 쳐다보는 이상한 선배 취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장님이 이 씨를 호출해 "막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며 호통을 쳤다. 알고 보니 A가 가슴까지 깊이 파인 블라우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부장에게 보고를 하러 간 것. 부장이 민망해 하며 A를 급히 돌려보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씨는 조만간 A를 따로 부를 생각이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옷이 더 과감해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씨는 "남녀를 막론하고 회사에 올 때 입는 옷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본인이 알아서 챙기면 좋을 텐데 옷 입는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여름을 맞아 직장 내 꼴불견 복장으로 고민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1516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직장 내 꼴불견 복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여성의 경우 노출이 심한 옷이라는 응답이 62.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액세서리 착용'(35.8%), '꽉 끼거나 너무 커 몸에 맞지 않는 옷'(32.8%), '냄새 나는 등 더러운 옷'(29%), '반바지나 트레이닝복'(28.5%), '슬리퍼나 샌들 등 부적합한 신발 착용'(25.3%), '화려한 색상, 무늬의 옷'(19.3%) 등의 순이었다.
반면 남성의 꼴불견 복장을 묻는 질문에서는 '냄새 나는 등 더러운 옷'(45.3%,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계속해서 '반바지나 트레이닝복'(42.4%), '속옷이 비치는 등 노출 심한 옷'(40.4%)으로 이어져 여성의 옷차림에 대한 답변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밖에 '슬리퍼나 샌들 등 부적합한 신발 착용'(34.6%), '꽉 끼거나 너무 커 몸에 맞지 않는 옷'(29.2%), '과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액세서리 착용'(27.6%), '거의 매일 같은 옷'(23.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재직 중인 회사에 꼴불견 복장으로 근무하는 동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3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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