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8일 공개한 '세월호 참사' 중간감사 결과 안전행정부 소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중대본을 중심으로 한 대응역량 부족, 기관간 혼선 등으로 인해 사고상황 지연·왜곡 전파,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이 해경의 구조본부와 해양수산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 참사를 키우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대본은 사고당일인 지난 4월16일 1시간 간격으로 6차례나 언론브리핑을 하는 등 대언론 서비스에만 집중했다.
중대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도 오전 9시45분 중대본 가동만 지시하고 경찰교육원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사고상황 파악이나 초동조치 관련 지휘를 소홀히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사고상황 및 구조자원 파악, 행정적 지원 등 재난대응을 총괄·조정하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특히 사실 확인 없이 구조자 수를 집계·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미숙함도 드러냈다. 사고당일 오후 2시께 구조자를 368명으로 발표했다가 오후 4시30분께 절반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오류는 "190명 팽목항 이송 중"이라고 사고 현지에서 떠도는 소문을 서해해경청이 "190명 추가구조"로 해경본청에 보고했고 이를 해경본청이 오후 1시12분 중대본으로 전파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대본 상황실에는 각 언론사 취재인력이 제한없이 출입할 수 있어 오후 1시17분부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미리 보도되기도 했다.
특히 해경본청은 중대본이 "368명 구조"를 발표하기 5분 전인 오후 1시55분 집계오류 사실을 파악했는데도 이를 오후 2시25분에야 중대본에 통보함으로써 중대본의 오보를 막지 못했다.
중대본이 "학생 전원구조", "선체 진입성공" 등의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공식입장으로 확인하는 바람에 오보가 오히려 확대·재생산되는 상황도 있었다.
사고 당일 단원고 강당에서 누군가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말한 것을 한 언론사에서 오전 11시1분에 보도했고, 또다른 언론사가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기교육청은 이 보도를 보고 출입기자 38명에게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감사결과 확인됐다.
사고 발생 사흘째이던 4월18일 오전 11시께 한 언론사가 "선체진입 성공"이라는 보도를 했고, 이에 기자들이 문의하자 중대본이 "사실이 맞다"고 확인하는 바람에 오보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경은 당일 낮 12시30분에 선체진입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해수부나 해경이 중대본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상황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한 것도 지적됐다.
해수부는 사고당일 오전 9시40분 국가차원의 재난대응단계인 '심각'을 발령했지만 국가안보실에는 오전 11시6분에야 통보했고, 오전 11시31분에는 사상자 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인명피해 없음"으로 낙관적인 내용을 전파하는 오류를 범했다.
해경은 오전 8시55분께 사고 접수를 하고도 중대본이나 국가안보실에 오전 9시33분에야 보고를 했다.
해경은 또 목포해경 소속 123정으로부터 오전 9시43분과 오전 10시46분에 "학생 200∼300명이 못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도 오후 2시39분 작성한 '상황보고서'에는 승객 잔류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고, 오후 4시33분 상황보고서에는 실제 잠수요원 6명이 수색 중이었는데도 '잠수요원 160명 동원, 격실 등 수색 실시'로 보고함으로써 구조상황을 과장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인력배치, 매뉴얼, 교육훈련 등 '재난대비태세'가 부실했던 것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해 인적재난 총괄기능을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재난기본법이 개정됐는데도 부처간 이견으로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조직이나 인력이 이관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중대본 운영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안행부 실무자들은 사
이와 함께 해수부도 올해 2월까지 '해상 선박사고 표준매뉴얼'을 작성하라는 장관의 지시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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