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도덕성을 시험해 볼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협력사와 관계된 업무를 담당할 경우 협력사 사장님이 밥값이라며 손에 쥐어쥔 현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쌓은 관계를 생각하면 거절하고 나서 어색해 질 상황이 더 걱정된다는 이들도 있다. 협력사로부터의 금품수수가 잘못된 것일 줄 알지만 '내 것 인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아서' 갈등한다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임자도 그렇게 했는데…나만 튈 필요 있나
6개월 전부터 협력사 관리 업무를 맡게 된 N대리는 협력사 직원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협력사 직원들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한편, 일 처리도 전임자 보다 빨라 한층 업무의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 협력사 직원으로부터 받은 전화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한 두번이 아니고 업무 통화를 할 때마다 해당 직원이 자신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해서다. 처음에는 기업 담당자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하던 직원이었다. 그러나 기업 윤리정책을 들며 한사코 주소 알려주는 것을 거절하는 그의 행동을 의아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협력사 직원은 "에이,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명절 때 조그만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어서 그런 것인데…. 전임자 분도 이렇게 주소 알려주셔서 다 보내드렸어요"라고 회유했다.
N대리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전임자 역시 받았다고 하는 선물을 나만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 '관례인데 내가 너무 튀는 것 아닐까?'등등의 고민이 줄을 이었다.
"솔직히 협력사 직원이 사무실이 아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물어봤다면 가르쳐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왠지 사무실에서 상사며 동료들이 다 듣는데 집 주소를 알려준다는 게 찝찝하더라고요. 금품수수를 한 것은 아닌데 마치 한 것처럼 얼굴이 다 화끈거리고 말이죠."
◆"회사 경비 절감차원에서 받은 것 뿐인데…"
전자회사에 다니는 H대리는 최근 4년차 직장생활 중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동기들보다 승진이 빠른 그가 기업윤리팀으로부터 호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방문한 협력사 사장으로부터 교통비 명목으로 현금 10만원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그는 "받은 돈은 다 기름값이랑 고속도로 통행료로 사용해 회사 출장비 청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며 "회사 경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돈을 받은 것 뿐인데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오히려 회사 비용을 줄이는 데 사용해 칭찬을 들을 줄 알았던 그는 직장 상사로부터 '생각 없다'는 꾸지람만 들었다. 협력사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돈이 출장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H대리지만, 조직 내에서 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던 것이다.
H대리는 "나중에 선배와 얘기하다보니 제 생각이 짧았다"며 "회사 이익을 위해 받은 돈이라고 잠시나마 제 행동을 정당화 한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무심코 받은 금품수수, 어떻게 돌려주나
상대방이 아무리 호의로 제공한다해도 결과적으로 금품수수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금품이란 현금, 수표, 상품권, 유가증권은 물론 부채상환, 보증, 대출이자 대납, 동산 또는 부동산의 무상·염가 제공 등의 모든 금전적 혜택을 말한다. 협력사에서 제공한 것으로 조금이라도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는 기업윤리를 위반하는 행위인 것이다.
흔히 명절선물이란 명목으로 협력사로부터 회사나 집으로 선물이 많이 배송된다. 비싼 것도 아닌데 팀원들과 나눠서 가진다거나 성의 표시를 한 것 뿐인데 굳이 돌려보낼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액수나 규모를 떠나 협력사로부터 금품수수를 하는 것은 기업윤리에 어긋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견물생심이라고 눈앞에서 탐나는 물건을 보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며 "하지만 일단 금품을 수수하면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제공자가 이를 직원의 약점으로 악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놓고 가 불가피하게 금품을 수수했다면 우체국 소액환이나 계좌이체 등 실제 증빙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무조건 반환해야한다. 그리고 차후 증빙을 첨부해 기업윤리 담당 팀에 신고해야 한다. 미처 반환을 하지 못했다면 일단 신고한 후 수수한 금액을 기업윤리 담당팀에 위탁하는 것이 좋다.
관례적으로 받은 선물이라고 말하는 협력사 직원에게도 정중히 거절할 필요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선물을 거절당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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