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우박을 비롯해 평소 보기 어려운 용오름까지 관측되는 등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이상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1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20분께 경기도 일산 고양시 장월나들목 인근 한강둔치에서 용오름 현상이 발생해 30여분간 기승을 부려 비닐하우스 20여 채를 날렸다. 용오름으로 부서진 비닐하우스에서 날아온 비닐이 전신주에 감기면서 일대에 정전이 일어나고 일부 주민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용오름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지만 과거에는 대개 울릉도와 제주도 인근 해역 등 바다에서만 발생했다. 육지에서의 용오름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10월 11일 울릉도 인근에서 관측된 바 있다.
일산에서 발생한 용오름의 꼭대기는 지상 12km까지 올라가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 하부까지 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인근 방재기상 관측 장비에서 측정된 풍속은 13m/s 내외다.
그러나 미국의 토네이도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피해 정도와 풍속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용오름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토네이도 등급인 '후지타 등급'(EF 0∼5) 중 가장 낮은 'EF 0' 이하의 강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후지타 등급 EF 0은 풍속이 29∼38m/s이며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간판이 피해를 보는 수준이다.
이밖에 서울과 일부 지역 곳곳에서 우박이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등지에서는 갑자기 우박이 떨어져 길을 가던 사람들이 놀라게 했다.
앞선 9일 오후에도 서울 은평구를 비롯해 강원도 횡성과 평창, 충북 음성 등지에 지름 1∼3㎝의 우박이 떨어져 배추와 고추 등 농작물이 피해를 봤다.
기상청은 계절 변화로 대기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상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기 상층에는 영하 15도 안팎의 찬 공기가 남아 있지만 하층에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공기가 섞이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대기 위아래 공기의 온도 차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커지는데, 온도 차가 크다 보니 따뜻한 공기가 급히 상승하면서 수직으로 크게 발달하는 적란운의 형태인 용오름까지 발생한 것이다.
우박도 상승 기류가 강한 적란운에서 발생한다.
수증기가 상승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고 하강하면 다시 녹는데 상승 기류가 강하다 보니 수증기가 계속 상승해 얼음 뭉치로 만들어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자주 발생할 수 있지만 최근에 유난히 이상 현상이 많은 것은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의 상층 부분에는 북쪽의 찬 공기가, 하층에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지속적
기상청 관계자는 "특히 오늘 오후부터 내일(12일)까지는 강한 소나기가 오거나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와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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