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오피스텔 빌딩 권리자 사칭, 12억 가로챈 일당 덜미

　시행사 파산으로 10여년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 건물의 권리자를 사칭해 12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30일 서울 북부지검 형사1부는 미준공된 고급 오피스텔 건물 '한진 베르시움'의 권리자 행세를 하면서 건축시행업자에게 지분을 매각해 7억원을 받아내는 등 총 12억원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사기??횡령 등)로 부동산컨설팅업자 박모씨(68)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공범 최모씨(71)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 '한진 베르시움'은 재건축이 진행되던 지난 2004년 공정률 80%인 상태에서 시행사가 파산해 10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는 건물이다. 박씨 등의 범행 탓에 옛 건물에 대한 지분 권리관계가 명확치 않아 번번이 공매가 유찰되는 등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미 분양을 받은 200여명도 제대호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재건축되기 전 이곳에 있던 건물 27채 중 21채를 보유했던 실제 권리자 최모씨(65)는 박씨에게 자신의 지분권을 팔아달라며 매각 업무를 위임했다.
　그러나 박씨는 2010년 5월 7일 지분 가운데 일부를 새로운 부동산 시행업자 B씨에게 넘기면서 매각 대금 5억원을 공범들과 가로챘다. 또 2011년 1월 최씨가 위임을 철회해 아무 권리가 없는데도 2012년 3월 7일 나머지 지분을 건축시행업자에게 팔아 매각 대금 7억원을 챙겼다. 보통 멸실건축물에 대한 권리는 등기가 되지 않은 채 매매계약인증서로만 거래되는 점을 악용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보관용 매매계약인증서를 이용, 실권리자를 사칭했다.
　특히 박씨는 실권리자 최씨가 가짜 매매계약인증서로 옛 건물에 대한 권리를 가로챘다고 주장하며 사기범으로 북부지검에 고소까지 했다.
　박씨는 공범들을 참고인으로 삼아 진술을 짜맞추고 관련 서류를 조작해 최씨를 사기범으로 몰았지만 검찰의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 과정에서 결국 범행이 들통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로 권리관계가 규명되면서 남은 공사가 순조롭게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