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이 간밤에 중단된 사실이 30일 드러났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추모 메시지를 보내온 창구였으나 분향소를 관리하는 안산시는 "분향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
특히, 사망자 장례절차를 담당하는 정부 장례지원단은 현장에 파견돼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지난 25일 낮 12시부터 추모 메시지 수신번호(#1111)를 마련, 운영해 왔다.
앞서 23일 문을 연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2개중 1개에 메시지를 실시간 공개해 조문객들이 보며 함께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이었다.
28일까지 나흘간 임시 분향소에서 추모 메시지를 수신한 이 시스템은 29일 0시부터 안산시 단원고 초지동 제2주차장에 세워진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로 이전됐다.
합동분향소에서도 양쪽에 2개의 대형 모니터에 한쪽에는 희생자 사진이, 또 다른 한쪽에는 추모 메시지가 띄워졌다.
하지만 공식 합동분향소 운영 첫날인 29일 오후 11시께 분향소 내부에 마련된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이 끊겼다.
또 희생자 얼굴 사진을 송출하던 모니터도 꺼졌다.
안산시가 분향소 내부의 엄숙한 분위기와 맞지 않고, 정부 관례상 대규모 희생자가 난 재난사고 분향소에 비디오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철거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원래 이전 자체를 안해오려고 했지만 착오가 있어 공식 분향소로 시스템이 이전돼 왔다"며 "국가보훈처에도 의견을 물어 '정부 관례와 맞지 않으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싶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분향소를 찾은 한 추모객은 "분향소에 올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전 세계와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 같아 위안이 됐다"며 "그런데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로 철거된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추모객은 "이미 #1111이 많이 알려져 안산에 못오는 분들이 추모 메시지를 보내는 걸로 아는데 행정기관의 융통성 없는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 파견돼 장례절차 등을 담당하는 정부 장례지원단은 이 같은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안산시에 확인해 철거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알려왔다.
취재가 시작되자 안산시 관계자는 "일단 영정을 화면에 띄우는 것은 추모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분향소 분위기와도 맞지 않다고판단돼 철거하겠다"며 "하지만 추모 문자메시지 수신 시스템은 추후 다른 장소를 물색해 이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해명했다.
추모 메시지 수신 시스템은 앞서 한 문자메시지 수신 전문업체가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들도 모두 협조해 #1111로 보내지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추모 문자메시지는 모두 8만7000여건이 수신됐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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