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당시 배에 있던 구명벌 46개 가운데 펴진 것은 단 한 개뿐이었는데요.
이 구명벌을 작동시킨 주인공은 가장 먼저 구조에 나섰던 한 해양경찰관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승객들의 안전을 살폈던 이 해경의 목소리를 원중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옆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세월호 안에서 한 남성이 구명벌에 접근합니다.
손으로 밀어도 꿈쩍도 않자, 발로 차서 떨어뜨립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목포해경 소속 이형래 경사.
세월호에서 유일하게 구명벌을 작동시켰습니다.
▶ 인터뷰 : 이형래 / 목포해양경찰서 경사
- "더 많은 구조 수단이 필요하겠다 생각해서 보니까 구명벌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걸 이용하면 좋겠다 해서…."
하지만 작동시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배가 기울어져 중심을 잡기도 쉽지 않은 데다, 안전핀마저 뭔가에 고정돼 있어 잘 뽑히지 않았던 겁니다.
▶ 인터뷰 : 이형래 / 목포해양경찰서 경사
- "제 몸도 난간에 기대야 되고, 작업하는데 필요한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없었습니다. 큰 힘이 필요할 것 같아서 구두 뒷굽으로 쳐서 핀을 빼고…."
목숨을 걸고 바다에 던진 구명벌 2개 가운데 작동한 건 단 하나.
그마저도 이 구명벌에는 단 한명의 승객도 태우지 못했습니다.
이 경사는 뱃머리 쪽에서 유리창을 깨고 승객 6명을 더 구해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MBN뉴스 원중희입니다. [june12@mbn.co.kr]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