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MBN |
침몰 여객선 세월호가 출항부터 사고 발생 때까지 수많은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하는가 하면 조난신고를 엉뚱한 곳에 하는 바람에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선원들은 승객에게 "객실에 대기하라"고 해 놓고는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하는 등 자체 매뉴얼도 무시했습니다.
20일 오후 2시 현재 승객 476명 중 52명이 숨지고 250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원칙을 무시한 대가는 참혹하기만 했습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지난 15일 오후 9시 세월호 출항을 앞두고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일반화물 657t, 자동차 150대를 실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청해진해운 발표에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1천157t, 차량은 180대 입니다. 실제보다 화물 500t, 차량 30대를 축소 보고한 것입니다.
또 보고서에는 컨테이너를 싣지 않았다고 기재했지만 선수 갑판에만 10여 개의 컨테이너가 실린 것이 침몰 당시 영상에서 확인됐습니다.
승선 인원도 승객 450명, 선원 24명 등 474명이라고 적었지만 중앙재난대책본부 발표로는 승객 447명, 선원 29명 등 47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월호 승무원은 배가 기울자 초단파무선통신(VHF) 12번 채널로 15일 오전 8시 55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지금 배가 넘어간다"며 조난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는 해경과 인근 선박에 모두 전파되는 비상채널 16번 채널을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16번 채널은 공통 대기채널이어서 통신 수화기를 들기만 해도 16번으로 이어지는데 승무원은 사고지점에서 80km나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교신했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인근 선박에 조난신호가 보내지는 비상신호용 '디스트레스 버튼'도 누르지 않았습니다.
해경의 출동시간도 그만큼 늦어지면서 침몰 초기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세월호가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인 점을 고려하면 다급한 마음에 평소 자주 이용하는 제주관제센터를 호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비상상황 대비 훈련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이른바 선박직으로 분류되는 선원 15명은 전원 구조됐습니다.
선박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수백명의 학생들을 뒤로 한 채 먼저 탈출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 때문에 배 밖으로 대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이 이들은 평소 익숙한 통로를 이용해
특히 선장 이씨는 첫 구조선에 몸을 싣고 육지에 도착함으로써 승객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배를 지켜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습니다.
선사의 위기대응 매뉴얼대로라면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맡고 1항사는 현장지휘, 2항사는 응급처치와 구명정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통신 업무를 담당해야 했지만 모두 무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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