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아버지 박대통령과 통화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화번호를 건네받았던 실종자 가족과 당일밤 직접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대통령이 어제 체육관을 방문해 한 가족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았는데, 어젯밤 10시께 전화를 해 5분 정도 통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통화한 사람은 단원고 학생 가운데 실종된 문 모 양의 아버지로 민 대변인은 18일 오전 문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문 씨와의 통화에서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고 민 대변인은 밝혔다. 문씨는 민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은 실시간 구조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스크린 설치 등 체육관 방문 때 가족들과 약속한 사안들이 제대로 조치됐는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 씨는 박 대통령에게 "이런것을 설치하는 것보다 생명이 귀중해서 단 한명이라도 살아나오면 학부모들이 얼마나 좋아서 환호를 하겠는가. 최정예 요원을 투입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민 대변인에게 전했다.
특히 문 씨의 사연은 구조자집계 혼선으로 가족들이 낙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여서 주변 사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 씨는 민 대변인과 통화에서 "딸이 처음에는 구조자 명단에 있어서 아이를 찾으려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졌는데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도 구조됐다는 사람 명단에 (딸 이름이) 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민 대변인이 "그런 얘기를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했느냐"고 물었더니 문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 아니냐.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인데 시간도 없을 것이고, 내가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또 대통령의 목소리가 잠겨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 얘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못했다"고 답했다.
민 대변인은 "이분(문씨)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가족 대표로 하는 것이어서 인내심을 발휘해 개인 사정은 얘기하지 않고 자제를 한 것 같다"며 "그런데 나와 통화를 하니까 그 얘기를 하면서 목놓아 울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체육관을 찾았다가 문 씨로부터 "우리가 너무 많이 속았다. 제 휴대전화 번호를 가져가 주무시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전화번호 주세요.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제가 전화를 드려 확인해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선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