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의금, 얼마까지 내봤니?"
중견기업 직장인 박지영(29·가명)씨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직장 동료들의 축의금을 '얼만큼 내느냐'와 '꼭 가야하느냐'의 문제 때문.
축의금으로 최소 5만원의 기준을 잡아놨지만 요즘과 같은 이른바 결혼 '성수기'에는 이마저도 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도 친한 친구들에게는 축의금으로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 동료들에 친한 친구들 결혼까지 챙기고 나면 이번달 축의금만 100만원 가까이 나가게 생겼다.
축의금도 문제지만 아까운 주말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친한 동료거나 가까운 곳이라면 모를까 지방에서 열리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장에 가는 단체버스를 탈 때면 '내가 이걸 왜 가고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 전에는 부산에 있는 동료의 결혼식을 다녀오느라 주말을 통째로 날렸다.
박 씨는 "같은 직장 동료라고 해도 친한 사람이 있고 안 친한 사람이 있지 않느냐"며 "그저 어쩌다 밥 한번 먹은 사이인데 청첩장을 주면 이걸 꼭 가야되냐는 생각이 들다가도 앞으로 계속 볼 사인데 안가기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 오랫만에 전화온 옛친구, 다단계 아니면 결혼?
또다른 기업의 김정아(31·가명)씨는 요즘 휴대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와 메시지에 깜짝 놀라기 일쑤다. 몇년 동안 연락이 끊긴 대학 동창들이 속속들이 연락을 해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잘 지내?"라며 시작되는 메시지에 반갑게 답하다 보면 결국 "나 결혼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에 대한 반가움은 잠시 뿐 종국에는 결혼 소식을 알리며 청첩장을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요청에 씁쓸한 입맛을 감출 수 없다. 그나마 청첩장을 줄테니 밥 한번 먹자고 하거나 주소를 알려달라는 사람은 좀 나은 편.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모바일 청첩장을 받으면 축의금도 '이미지 파일'로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전화오는 옛 친구는 다단계랑 보험 아니면 결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김 씨는 "마지막에 본 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결혼식에 오라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정말 축하해달라는 마음인건지 아니면 축의금 내라고 오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지난달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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