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필로폰 밀수 조직의 공급 총책이 공소시효를 착각하는 바람에 16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부(나병훈 부장검사)는 1998년 중국에서 필로폰 6㎏을 밀수해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 위반)로 '영도식구파'의 공급 총책 박 모씨(72)를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박 씨 등 13명으로 구성된 영도식구파는 한때 국내 최대 마약 밀수 조직으로 악명이 높았다.
영도식구파는 1997년 11월부터 1998년 5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중국 웨이하이 시에서 히로뽕 6㎏을 밀수해 이 중 4㎏을 국내에 유통시키다 검찰에 적발됐다. 히로뽕 6㎏은 2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2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영도식구파는 운동화 밑창에 마약을 숨겨 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는 수법을 최초로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또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1000만원 정도를 주고 운반책으로 동원하기도 했다.
공범 9명은 1998년부터 1년에 걸쳐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돼 징역 3년 6개월~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박씨 등 주요 인물 4명은 달아났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곧바로 밀항으로 국내로 다시 들어와 전라도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과 시골 빈집 등에서 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정식 입국 기록을 남기지 않아 국외 체류상태로 분류되도록 해 16년 동안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박씨의 도피행각은 공소시효 기간을 착각해 여권을 신청하는 바람에 끝을 맺었다. 그는 2013년 4월로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착각하고 지난달 광주시에 여권을 신청하는 실수를 범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공범들이 기소된 후 재판이 확정되는 기간 동안에는 정지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박씨의 공
검찰은 최근 공소시효 만료를 앞 둔 박씨에 대해 수사를 재개했다가 광주시로부터 박씨가 여권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는 수사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권발급 신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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