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짜리 이른바 '황제노역'과 관련해 노역 관련 제도를 전면 개선한다.
1억원 이상의 고액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벌금을 못 내더라도 노역을 하는 기간의 하한선을 정해 터무니없는 고액 일당이 부과되지 않도록 했다.
대법원은 28일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를 열어 이 같은 환형유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환형유치는 벌금을 내지 못하면 그 대신에 교정시설에서 노역을 하는 제도다.
허 전 회장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내지 않았다. 그에게 노역 일당 5억원이 책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개선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벌금 1억원 미만이 선고되는 사건은 노역 일당(환형 유치 금액)이 10만원이 된다.
벌금 1억원 이상 선고되는 사건은 노역 일당이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허 전 회장의 경우 일당 254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된다.
이 기준은 형법상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는 최대치인 3년(1천95일)을 토대로 삼아 일당을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실무상 날짜와 액수를 산정할 때 편의를 감안해 '1000분의 1'을 적용하도록 했다.
벌금 1억원 미만인 사건에서도 형법에 규정된 양형조건 등을 참작해 사안에 따라 1일 50만원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합리적인 노역장 유치 기간을 정하도록 했다.
벌금에 따른 노역 일당 기준을 정하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벌금을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또 벌금 액수에 따른 노역장 환형유치 기간의 하한선을 설정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관세·뇌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징역형에 고액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는 범죄의 경우에도 하한 기준을 따른다.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은 700일, 100억원 이상은 900일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허 전 회장처럼 고액 일당 노역이 나올 수 없게 된다. 높은 일당이 선고되더라도 최소한 교정시설에 900일 이상은 머물러야 한다. 고액 벌금이 선고된 피고인은 노역 일당을 현행보다 더 적게 받거나 유치 기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을 중심으로 후속 논의를 거쳐 조만간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역법관(옛 향판) 제도와 관련,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국 수석부장들은 지역법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 판사가 지법부장·고
대법원은 건의 결과를 포함해 법관의 잦은 전보 인사에 따른 재판 차질 해소 등 재판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지역법관 제도의 장점은 살릴 수 있는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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