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결혼 후 맞벌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남성(90.2%)과 여성(88.8%) 모두 마찬가지다. 맞벌이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맞벌이의 이유로 경제적인 안정(66.9%, 중복응답 가능)을 가장 많이 꼽았다. 외벌이로는 생활비가 부족해서(49.5%),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32.6%), 내 집 마련 등 목돈 드는 곳이 많아서(31.7%) 등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맞벌이로 인해 경제적 안정이 가능할까?
직장생활 3년 차인 김솔이(32) 주임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2012년에 결혼한 후 1년여만에 퇴직을 결정했다. 이유는 '육아'때문이다.
김 주임은 "아이가 생기면 가정주부마저 구직을 생각한다지만 주변을 보면 최근 반대의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부모나 부모의 육아 부담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보모를 구해야 하는데 보모의 식비와 교통비는 물론 매달 외식 상품권도 챙겨야 해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사람 분의 월급이 고스란히 보모에게 빠져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월급이 적어 출산을 한 뒤 보모를 둘 경우 월급 대부분이 보모에게 나간다"며 "계산을 해보니 외식을 줄이고 쇼핑도 줄이는 등 조금 더 알뜰하게 산다면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를 직접 기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늦은 취업으로 연봉이 높지 않은 경우 이같은 경우가 많다. "직접 육아를 하는 것은 좋지만 오랫동안 애써서 들어간 직장이기에 아쉬움이 깊이 남는다"고 김 주임은 전했다.
3년 전인 지난 2011년께 당시 맞벌이 중이던 아내에게 퇴사를 권유하고 현재 외벌이 중인 이원상(37) 과장도 "맞벌이를 한다고 해서 여유롭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집에서 아내가 가정 생활을 책임지니 생활이 조금 쪼들리더라도 가정 내 불화나 부담은 줄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외벌이를 선호한 응답자들은 자녀 양육 등 뒷바라지 때문에(52.4%, 중복응답 가능),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서(35%) 등을 순위에 올렸다.
◆"맞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방법이 없어"
맞벌이를 원하지만 외벌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 7년차인 최재연(35, 가명)과장은 최근 둘째를 임신한 뒤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임신은 축복이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막막하기 때문. 계획이 없던 임신이었는데다 맞벌이에 대한 부담마저 커졌다.
최 과장은 "아침마다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시댁으로 가는 기름값, 아이 분유값, 기저귀값, 시부모님 용돈까지 하면 내 월급에서 10만원 정도가 남는다"며 "10만원의 여유를 갖기 위해 매일 아이와 시부모님에게 미안해하며 새벽까지 야근해야 하는 건지 서러워 눈물이 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네 가족은 최근 집 장만을 포기했다. 둘째까지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지 때문이다.
최 과장은 "시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면 애정으로 돌봐주시긴 하지만 젊은 엄마들이 클레어(찰흙)놀이, 영유아 발달 놀이 등을 하는 것에 비해 교육이 뒤처지는 기분"이라며 "좀 더 나이가 들어 영어나 수학 등이 필요할 때 저학년 정도까지는 내가 할 수도 있는데 직장 생활 때문에 이 역시 교육비로 따로 빼야하는 것이 한스럽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결국 남편에게 퇴사 생각을 털어놨다. 하지만 남편은 외벌이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최 과장의 남편인 이상호(35, 가명) 대리는 "맞벌이를 하면 아무래도 급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경제적인 문제를 배우자가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회식이나 야근 등이 아내와 겹칠 때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만 현재로서는 홀로 짊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스스로 능력 부족인 것만 같아 자괴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곧 나올 둘째를 생각하면 맞벌이 밖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맞벌이든 외벌이든 정답은 없다고 조언한다. 각자의 형편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되 꼼꼼한 지출 관리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활비 지출 항목에 차이를 두는 것도 좋다.
구인정보 제공업체 벼룩시장구인구직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의 수입은 고정비용에, 아내의 수입은 유동적인 비용이나 자녀양육 등에 써 지출 항목에 차이를 보였다. 남편의 수입으로는 공과금·보험료 등의 고정비용에, 아내의 수입으로는 식비나 학원비 등에 지출하는 셈. 이 경우 고정 비용에서 남은 비용을 적금 등 투자 비용으로 쓸 수 있고 유동 비율의 지출을 줄일 경우 여유 자금을
이동주 벼룩시장구인구직 본부장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금전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으면 외벌이에 비해 지출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어 체계적인 금전관리 계획을 세워 가계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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