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갑을 찬 피의자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보험사기 피의자 정모씨가 "경찰이 촬영을 허가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위헌)대 2(각하)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며 "수갑을 차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에서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게 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피의자의 얼굴은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 정보로정보화 사회에서 얼굴이 공개되면 파급 효과가 강력하다"며 "이후 재판을 통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낙인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설사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으로서는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창종·강일원 재판관은 이에 대해 "촬영을 허용한 것도 공권력 행사의 하나에 해당해 수사기관 고소나 항고 같은 권리구제절차를 먼저 거쳤어야 한다"며 "심판의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는 정씨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 같은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정씨의 모습은 흐릿하게 처리돼 방송됐지만 정씨는 경찰의 이런 행위가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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