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구나 왔소이다 황천 갔던 배뱅이가…."
배뱅잇굿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은관 옹이 12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중구 황학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 사진=매일경제 |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배뱅잇굿 예능 보유자인 고인은 1917년 강원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 부른 그는 농사일을 거들면서 유성기로 박춘재, 이진봉 등 당대 유명 소리꾼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철원고교에 다니다 중퇴한 그는 1936년 황해도 황주에서 이인수 선생에게 서도소리와 배뱅잇굿을 사사하면서 소리 인생을 시작했다.
배뱅잇굿은 서도지방을 대표하는 놀이다.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맞춘 배뱅이 이야기를 서도의 기본 창법에 민요와 무가(舞歌), 재담(才談) 등을 섞어 해학적으로 엮은 1인 창극이다. 정승의 딸 배뱅이가 상사병을 앓다 세상을 떠나자 부모가 딸의 넋을 위로하려는데 건달 청년이 거짓 무당 행세로 횡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1957년 양주남 감독의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해 인기를 끌면서 배뱅잇굿 1인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는 박수무당역으로, 배우 조미령이 배뱅이역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발매된 사운드트랙(OST)은 6만장의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고인은 고령에도 소리를 놓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장구뿐만 아니라 서양 악기인 색소폰, 아코디언,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후손들과 세계인들에게 국악을 알리기 위해 악보화 작업도 계속했다. 모두 잠든 밤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며 틈틈이 창작 민요를 작곡했다.
구순이 넘어서도 배뱅잇굿 명맥을 잇기 위해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 거리 5층 건물 옥상에 `이은관 민요교실`을 운영했다.
고인은 한국국악협회 이사, 이은관민속예술학원 원장을 지냈고 1990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4녀1남.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2층 10호실, 발인은 14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02)2290-9442
[매일경제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