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 사는 황모(34)씨는 지난 2006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외하고 14억여원을 얻는 대박을 안았다. 당시 26살 미혼의 나이에 별 할일없이 소일하던 황씨는 단숨에 '청년 부자'가 됐다. 그러나 황씨의 인생은 이때부터 완전히 꼬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그는 당첨금으로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진주일대에 유흥가에서는 젊은 황씨가 돈을 펑펑쓴다는 소문이 경찰 첩보로 이어져 내사에 들어갔던 해프닝도 있었다.
황씨는 불과 4년만에 당첨금이 바닥이 났고 빈털터리 신세가 돼 버렸다. 그러나 그동안의 씀씀이를 잊지못한 황씨는 결국 주변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 지난 2001년 수천만원의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거나 금품을 훔치다 지명수배까지 받았다. 결국 범죄자의 몸이 된 그는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행각까지 벌였다. 황씨는 1개월마다 대포차량과 대포폰을 교체하고, 영남권 휴대전화 할인매장 등을 돌아다니며 고가 휴대전화를 훔쳐 장물업자들에게 팔아넘겼다.
황씨는 결국 지난 5일 창원지역의 한 모텔에 숨어있다 3개월간 넘게 집중 추적을 벌여온 경찰에게 덜미가 잡혔다. 황씨는 그동안 훔친 휴대전화와 아웃도어 매장 130여 곳을 돌며 1억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황씨는 그동안 도피행각을 벌이면서도 '로또의 꿈'의 잊지못해 매회마다 구입했으며, 검거될 당시에도 그의 지갑안에는 복권 10여장이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경찰에서 "그때 로또만 되지 않았어도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라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진주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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