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따뜻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아들,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슬픔을 감당하기도 벅찬 유족들부터 이번 사고와 아무런 상관 없는 신원 미상의 30대 남성까지 기부 행렬이 이어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5일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부산외대 사고대책반에 한 남성이 찾아와 성금과 편지를 남긴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자신을 '레크리에이션 강사'라고 소개하며 1만 원짜리 100장이 든 흰 봉투와 편지를 건네고 사라졌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뉴스를 통해 기사를 접할수록 마음 한쪽이 아려오는 것을 참기 힘들어 이렇게 몇자 올립니다. 안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뜨거운 열정을 캠퍼스에서 마음껏 펼쳐보지도 못한 고인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학교에 추모비를 세운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그런 곳에 투명하게 쓰였으면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큰 금액을 기부하고 싶지만 영세업이다보니 많이 부족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레크리에이션 강사 최정운(43) 씨를 포함해 10명의 희생자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또 고 박주현(19.비즈니스일본어과 신입생) 양의 아버지 박규생 씨는 부산외대 측에 1004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기부약정서를 전달했다. 박 씨는 "딸의 세례명은 치유의 수호천사인 '라파엘라'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딸의 뜻을 기려 기부액수를 결정했다"며 "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에 건강 문제로 학업이 힘든 학생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씨는 덕문여고와 이기대성당에도 "형편이 어렵거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1004만원씩 모두 3012만원을 기부했다.
고 고혜륜(19.아랍어과 신입생) 양의 부모도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을 만나 보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대학 측에 기부하기도 했다. 고 양의 유품을 정리하던 유족들은 고 양의 기도를 기록한 공책을 발견하고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 공책에는 고 양의 장래 희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고 양의 아버지 고계석 씨는 "혜륜이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생각할 때 보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며 "가족들과 논의한 결과 혜륜이처럼 꿈을 갖고 있을 재학생들을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외대는 이번 참사를 애도하는 각계의 조문이 이어지자 학내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사이
부산외대 관계자는 "교수협의회에서도 성금 모금 움직임이 있는 등 각계의 성금이 이어지고 있어 학교 홈페이지에 성금 접수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며 "성금을 모아 장학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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