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매출과 영업이익 탓에 기업들의 살림살이가 여간 팍팍한 게 아니다. 임금 동결은 기본이고, 회사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된 기업들은 겨울철 난방비 절약에도 무척 애를 쓰는 모습이다. 이에 때로는 지나치게 낮은 실내 온도 탓에 동장군과 혈투를 벌여야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꽁꽁 언 손가락 탓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 "엉망진창 보고서는 사장님 탓"
국내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진형씨(가명·33)는 지난해 12월 부장님 명령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추위에 떨며 야근을 했다. 평소 에너지를 절약해야한다는 지침 때문에 난방을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밤에는 사정이 심각했다.
진형씨는 "입김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손가락이 얼어 도저히 컴퓨터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며 "장갑을 끼고 타자를 치는 나름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맨손보다는 불편했지만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간신히 완성한 보고서를 부장님에게 내밀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보고서 여기저기에 오타투성이였고 삽입한 표의 위치는 조금씩 비뚤어져있었기 때문. 장갑을 끼고 작업한 탓에 실수가 많았던 것이다.
진형씨는 "비몽사몽 정신이 없어 실수를 확인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일을 못할 정도로 난방을 안 해준 회사 탓도 크다"며 "손가락이 얼 정도로 추운데 무슨 일을 하겠냐"고 하소연했다
◆ 신입사원 추위 참다 참다 결국 사비로 마련한 것이…
박호진(가명·26)씨는 창문 쪽 끝자리에 앉은 신입사원이다. 자리가 너무 춥다보니 건물 운영실에 전화해 난방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난방은 이미 하고 있다"며 티 나는 거짓말만 반복했다.
호진씨는 결국 "부모님이 집 창문에 단열을 위해 뽁뽁이(단열 에어캡)를 붙이는 것을 보고 회사 주소로 같은 물건을 주문했다"며 "상사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창문에 마음대로 단열재를 덕지덕지 붙인다고 불호령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추위보다는 낫다는 의미다.
호진씨는 "아무리 절약도 좋지만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운 것은 문제가 아니냐"며 "쉬는 시간마다 회사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시린 손을 녹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휴일 이후에 뽁뽁이가 도착하면 추위를 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 개인 난방 용품 함부로 사용하면 화재 위험도…
하지만 아무리 회사가 춥다고 해도 개인 온열 기구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컴퓨터USB포트에 연결하면 발열하는 손난로, 발난로 등 간단한 온열기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성슬기(가명·34)씨는 평소 수족냉증이 심해 겨울을 맞아 길거리 노점상에서 USB용 발난로를 8000원에 구입했다. 슬기씨는 "온라인몰에 비해 저렴해서 고민 없이 구매했지만 큰 사고를 낼 뻔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수면양말을 신고 발난로 안에 온기를 즐기던 슬기씨는 어디서 플라스틱 녹는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 불이 났나'라고 잠시 생각하기는 했지만, 냄새의 원인이 귀여운 곰돌이 발난로였을 줄이야. 옆에 앉은 후배가 발난로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지적할 때까지 슬기씨는 의심도 하지 않았다.
슬기씨는 "놀라서 USB를 뽑고 발난로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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