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 사회 우경화 바람 속에 `혐한` 분위기가 대중 저변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인을 대상으로 혐오 발언을 일삼아온 일부 극우단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과 상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신조어인 `K의 법칙`이 횡행하고, 서점가에는 베스트셀러 10위 중 혐한 서적이 3개나 오를 정도입니다.
일본 젊은 층 사이에 확산되는 `혐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 `K의 법칙`이라는 유행어다. K는 한국(Korea)을 뜻한다.
각종 사례를 들어 `한국과 관계를 맺은 국가, 기업, 개인은 모두 이후에 크게 불행해진다`는 뜻입니다. 처음 등장한 2000년대 후반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제조업과 달리 일본 대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맥없이 무너지자 과거 자신들에게 받은 기술에 역공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권 이후에는 정치적인 내용까지 거론하면서 `저주`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한 블로거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패배 후 고생하는 이유는 한ㆍ일 합병으로 한국과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혐한론을 제기합니다. "일본 전자업체 중 소니만 유독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제휴했기 때문"이라며 소니의 몰락을 삼성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아베 총리 페이스북에도 K의 법칙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아베 총리가 올린 글에 네티즌은 "일본은 조선을 병합하는 바람에 100년간 저주를 입게 됐다. 재앙을 물리치려면 한국ㆍ한국인과 관계를 일절 끊어야 한다"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서점가에서는 `혐한`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정도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간 논픽션 부문 주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어리석은 한국론`이라는 뜻인 `매한론` `모일론` `거짓말투성이의 일ㆍ한 근현대사` 등 혐한 서적 3권이 포함됐습니다.
매한론은 지난해 12월 발간 이래 2개월 만에 판매량 20만부를 올렸습니다. 일본으로 귀화한 고젠카(오선화) 다쿠쇼쿠대 교수가 쓴 모일론도 3만부나 팔렸습니다.
2005년부터 시리즈물로 제작돼 100만부 이상 팔린 만화 `혐한류`도 오는 22일 재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쿄 진보초에 위치한 삼성당 서점에서
이에 대해 이창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일본이 과거보다 더 쇠퇴한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세력들과 관련 있다"며 "이런 식으로 자극해서 인기를 얻은 세력도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