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정훈(27·가명)씨는 이번 설에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취업에서 줄줄이 낙방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졸업을 미룰 수 없어 이번에 졸업한다는 김 씨는 "이제 진짜 백수가 되는 것 같아 막막하다"며 "명절 분위기는 남의 얘기고 그저 얼른 취업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메고 있는 두툼한 책가방에는 국내 유명 기업의 인적성 기출 문제 풀이집과 토익책, 그리고 상식책 등이 담겨 있다. 이번 주 스터디에서 해야 할 분량이다.
김 씨는 매주 취업 스터디 2회, 토익 스터디 1회 그리고 혹시라도 생활이 늘어질까 싶어 시작한 생활 스터디도 하고 있다. 생활 스터디에서는 매일 아침 8시 도서관 정문 앞에서 만나 출석을 확인한다. 혼자 공부하면서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씨에 따르면 스터디원들도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꽤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취업' 때문이다. 공부도 공부지만 부모님 뵐 면목이 없는 게 더 크다는 것이다.
김 씨가 하고 있는 스터디도 연휴 동안 쉬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총 5명의 스터디원 중에서 2명이 고향에 내려가지만 남은 세 명이라도 모일 예정이다.
김 씨는 "집에도 안 가는데 자취방에 있으면 더 외롭기만 하고 스터디원들이랑 공부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6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2.8%가 설 연휴 기간에도 구직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남성 응답자 비율이 75.9%로 여성의 68%보다 높았다.
특히 이들의 절반 이상(51.9%)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연휴 내내 구직활동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 연휴에도 구직활동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32.2%(복수응답)의 지지를 얻은 '쉬면 불안할 것 같아서'였다.
이어 '구직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서'(25.8%), '구직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20.2%), '모바일 등으로도 충분히 구직활동을 할 수 있어서'(19.3%),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19%), '어른들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18.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들은 주로 채용공고 서칭(53.1%, 복수응답),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52.8%)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자격증 준비(19.6%), 지원분야·전공 공부(13.6%), 토익 등 어학시험 준비(12.2%), 상식 등 면접 준비(9.8%) 등이 있었다.
반면 설 연휴 동안 구직활동 계획이 없는 응답자(126명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