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부여잡고 직장인 A(30·남)씨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벌써 편의점 3곳을 지나쳤건만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먹을 생각은 없다. 10분만 더 걸으면 회사 도착. 회사에 가면 그를 위한 '공짜 아침밥'이 기다리고 있다.
▲"밥값 아끼게 해주는 회사, 애사심 높아지는 이유"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오늘 아침밥 당번이다. 고등학교도 아닌데 당번을 정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당번은 구내식당에서 준비한 아침밥을 사무실로 가져오는 '중요 임무'를 띤 만큼 일찌감치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서는 각 부서별 '아침밥 당번'들이 카트에 아침밥을 싣는다. 김밥, 샌드위치, 호박죽 등 준비된 아침밥을 A씨는 사무실 인원수보다 조금 더 많이 챙겼다. 부장님은 늘 죽에 김밥 한 줄을 곁들이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곳곳에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아침밥을 먹는 직장인이 눈에 띤다. 직접 구내식당을 찾으면 5첩반상의 아침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 계절별 나물 반찬과 어묵국 등 간소하지만 정갈한 식단에 인기가 높다. A씨는 "월급에서 일정금액이 식비로 빠져나가지만 아침은 물론 점심, 저녁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데다 출출한 오후 시간이면 간식 카트가 돌아다녀 '공짜'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며 "편의점 등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식비 아끼는 데 그만이어서 애사심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해주는 밥이 최고"
물산에 근무하는 B씨(41, 남)는 최근 아침마다 입꼬리를 올리며 현관문을 나선다. 출산 휴가를 받아 집에 있는 아내가 아침밥을 챙겨주기 때문이다. 몸조리도 편치 않은데 그만 두라는 B씨의 말에도 아내는 "다시 일 나가면 해주기 어려울 텐데 이럴 때 받아먹어"라며 아침밥을 챙긴다. B씨는 "신혼 때부터 맞벌이를 해온 지라 사먹는 음식에 익숙해져 아내의 집밥이 맛있는 줄 모른다"면서도 미소를 거두지 못했다.
B씨는 결혼 3년차인데다 아이도 생겼지만 아침밥 덕분에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예전에는 역전에서 파는 토스트나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떼우곤 했던 B씨에게 아침마다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은 임금님 수라상만큼이나 남부럽지 않은 식단이다.
회사가 따로 아침 식비를 지원해주진 않지만 아내가 해주는 밥에 매일아침 기운이 난다는 B씨는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아내가 회사에 나가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회사에서 여는 샐러드통, 엄마생각 절로"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C씨(23, 여)는 아침마다 '엄마생각'에 콧잔등이 시큰하다. 집에서 독립한 후로 아침밥을 챙기기 힘들어 샐러드통에 과일을 챙겨넣는데 그 때마다 엄마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C씨는 "직장생활을 위해 타지로 나오기 전까지 아침이면 엄마가 따뜻한 밥상을 챙겨주거나 두유나 바나나 등을 내밀었다"며 "그 때는 익숙해 귀찮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때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B씨는 대부분 저녁에 과일을 깎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아침에 깎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이면 갈변이 된 과일에 기운마저 빠진다. 그는 "가끔 편의점에서 하나씩 포장된 과일을 사먹기도 하는데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C씨는 아침 국 생각도 간절하다. C씨는 "아침에 따뜻한 게 먹고 싶어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먹다 잘 넘어가지 않아 전부 버린 적이 있다"며 "회사에 오니 라면 냄새에 동료들 눈치가 보여 '이게 사회생활이구나' 싶어 울컥했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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