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A병원 구급차 운전자 이모씨(52)는 지난해 9월 7일 0시10분께 호홉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 B씨(74.여)를 태웠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이던 이씨는 0시37분께 광주시 서구 광천동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승용차와 부딪혀 탑승자 2명에게 각각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이씨가 사고가 난 뒤 곧바로 8㎞가량 떨어진 병원까지 4분만에 주파, 환자 이송을 마치고 경찰에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 7단독 이탄희 판사는 뺑소니는 무죄, 신호위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산소호홉기를 달고 기도를 유지할 정도로 환자상태가 위급했다는 점, 피해차량 운전자가 '가드레일이나 장애물에 부딪힌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할 만큼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점, 이씨가 환자 이송 직후 사고 신고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긴급피난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시했다. 뺑소니는 위법성이 조각돼 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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