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신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모두 80대 이상 고령이십니다.
나이가 많이 드신 만큼 기억도 희미해져 증언조차 힘든 분들이 대부분이신데요.
할머니들이 말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김한준 기자가 할머니들의 한이 담긴 그림을 소개합니다.
【 기자 】
일본군의 손에 잡힌 채 어딘가로 잡혀가는 한 소녀.
고 김순덕 할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그려낸 작품 '끌려감'입니다.
1937년 16살에 일제에 끌려간 김 할머니는 자신의 처지를 '못다 핀 꽃'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15살의 나이에 위안부가 됐던 고 강덕경 할머니는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평생의 한을 물감으로 뱉어냈습니다.
이 그림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사는 할머니들이 남긴 작품들.
그림 외에도 사진이나 유품 등을 합하면 총 3,000건이 넘는데, 모두 최근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남긴 할머니 8명 중 생존해 계신 분은 겨우 절반인 4명뿐.
고령으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일본군 얘기만 나오면 그 작은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 인터뷰 : 이옥선 / 위안부 피해자 (87세)
- "(내) 명예와 인권을 누가 뺏어갔나요. 그러고는 이제 와서 위안부, 위안부 할머니들이 우리 발로 (자발적으로) 돈 벌러 갔다고…. 참, 어디 세상에 그런 법이 있나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억울해서 붓을 들었던 할머니들.
단지 서러워서 그린 그림들은 이제는 살아 있는 생생한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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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