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이 모(40) 씨가 자신의 몸에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7시55분께 숨졌다.
현장에서 수거한 이 씨의 다이어리에는 국민에게 2통, 가족에게 3통, 지인들에게 2통 등 7통의 유서가 발견됐다.
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메모도 발견됐다.
이 메모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결과 광주광역시의 한 편의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한 이 씨는 분신자살 일주일 전 가입한 보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놓고 휘발유통과 벽돌형 톱밥·압축연료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노조 등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까지 수사결과 경제적 고통과 어머니 병환 등의 이유로 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의 유서를 확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입장이 달랐다.
이 씨의 죽음이 경제적 고통 때문이라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형의 사업으로 이씨가 3000만원 상당의 빚을 떠안게 됐으나 이미 7~8년 전의 일"이라며 "이 빚 역시 모두 형이 책임지기로 결정됐기에 평소 이 씨가 카드빚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씨의 죽음이 어머니의 병환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을 뿐 신체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 측에 유서와 유류품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과수에 있다'는 식으로 거절하더라"며 "항의 끝에 보게 된 유서에는 '채무관계'와 '신병비관' 등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라면서 "이 씨가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이 씨의 다이어리와 유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분신자살 동기를 수사 중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 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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