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농촌에선 멧돼지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멧돼지들이 자주 마을로 내려와 농작물을 초토화시키고 있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그 현장을 오택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칠흑같이 깜깜한 밤, 동물 한 마리가 뭔가를 열심히 뜯어먹습니다.
산에서 먹잇감을 찾아 옥수수밭으로 내려온 새끼 멧돼지입니다.
이튿날 옥수수밭을 찾았습니다.
▶ 스탠딩 : 오택성 / 기자
- "멧돼지떼가 몰래 옥수수를 따 먹고 도망간 현장입니다. 마치 태풍을 맞은 것처럼 옥수수밭이 쑥대밭이 돼버렸습니다."
어찌나 많은 멧돼지들이 찾는지, 밭 한 쪽엔 엽총에 맞아 죽은 멧돼지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남근 / 피해 농가 주인
- "완전히 포기했죠. 수확은 포기하고…. 멧돼지를 잡아도 안 되고 문제가 심각해요."
감자와 옥수수뿐만이 아닙니다.
잡식성인데다 식욕이 왕성한 멧돼지들은 수확을 코앞에 둔 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웁니다.
농민들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 매일 밤 조를 꾸려 멧돼지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피해 농가 주민
- "멧돼지가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자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내려오기 시작하죠. 피곤해도 농민 피해가 너무 크니까…."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 마을, 특수 조명까지 동원해 주변을 살피던 농민이 차에서 내리더니 조심스레 총을 겨눕니다.
"(탕!) 뛰어가 뛰어가 뛰어가!"
어미 멧돼지 한 마리가 목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입 안엔 먹다 남은 벼가 한가득입니다.
▶ 인터뷰 : 농가 주민
- "한 150근에서 200근 정도 되는 암퇘지인데…. 새끼 데리고 들어와서 먹고, 나오다가 엽사한테 맞은 거죠."
지난 4월부터 넉 달간 이 동네에서 잡은 멧돼지만 50여 마리.
대부분 수렵 금지구역인 국립공원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마을로 오기 전에 미리 잡을 수도 없습니다.
매년 농작물 수확기마다 반복되는 멧돼지의 습격에 농민들의 심정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오택성입니다.[logictek@mbn.co.kr]
영상 취재: 전범수 기자
영상 편집: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