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자신에게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참회의 뜻을 밝혔습니다.
보도에 김지만 기자입니다.
스산한 밤공기를 뚫고 이근안 전 경감이 구치소 문 밖으로 나섭니다.
7년여 긴 시간동안 그가 얻은 건 허름한 종이백 하나 뿐.
이근안 씨는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이근안/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 "그동안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습니다. 개별질문에 답하기는 힘들고...몸이 안좋아요."
집으로 돌아가는길, mbn취재진과 만난 이 씨는 그간의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놨습니다.
오랜 수형생활은 좌절의 시간이었고, 자신은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이근안/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 "신앙을 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매일 찾아가서 절하고 사과할 수는 없잖아요. 피해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죄인일 뿐입니다. 회개의 삶을 신앙에서 찾겠습니다."
이씨는 대공수사 분야에서 악명을 떨쳤던 인물.
그러나 현재 그는 지병인 당뇨병을 앓고 있어 혼자 몸을 버티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씨의 개인사도 오랜 도피생활과 수형생활 동안 나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지병을 앓던 아들은 몇 해전 세상을 떠났고, 이젠 생계도 막막합니다.
이근안/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 "애비가 자식을 잃은 것 처럼 비극이 어디있어요. 시신이라도 내손으로 직접 흙속에 묻어주고 싶었는데 그게 허락이 안됐습니다. 아내는 폐활용품 수집을 해서 먹고 삽니다."
그러나 이씨도 어찌보면 '어두운 시대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이근안/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 "두 시대를 살다보니까 동전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그시대는 애국인줄 알고 했는데 지금보니까 역적이었습니다. 난 폐인이예요."
어두운 권위주의 정권 시절 '폭압의 상징'이었던 이근안 전 경감.
이씨는 거듭 고문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뒤, 다시는 우리사회에 이같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mbn뉴스 김지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