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친 차로 친 40대 살인 혐의 '무죄'

'고의적 살인이냐, 단순 교통사고냐?'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인 '20대 여자친구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가해자인 40대 남성이 살인 의사는 없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는 21일 여자친구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43)씨에 대해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선고 형량은 금고 1년 6월.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강제로 사건 현장으로 데리고 간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유죄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정황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와 행동분석 검사 결과는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에 불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 당시 시속 40㎞로 운행 중 차량 하부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나 차를 세웠다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며 "당뇨성 망막병증 진단 이후 정상인보다 시력이 좋지 않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7시 15분께 강원도 춘천시 동면의 한 도로에서 헤어지자고 말한 뒤 차에서 내린 여자 친구 A(당시 24세)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건 직후 박씨의 거짓말 탐지기 '거짓' 반응 등 정황증거를 토대로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해 박씨를 구속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검찰이 기소한 이 사건은 박씨가 여자친구인 A씨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행위를 놓고 '고의냐, 과실치사'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습니다.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주의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시 형량을 최대한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