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스스로 예산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주민참여 예산제' 서울시가 지난해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주민 투표만으로도 예산 목록과 규모가 결정되는 게 이 제도의 현실입니다.
갈태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북촌의 한 고갯길.
조선시대 궁궐 그림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유서깊은 곳입니다.
▶ 인터뷰 : 장계현 / D 갤러리 대표(북촌 인근)
- "어떤 풍경이 사라졌다, 또다시 장면이 등장했다 하는 것들이 마치 아주 옛날 길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운치를…."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이 고갯길 주변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주민참여예산으로 이 고갯길을 깎는다는 계획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관광객 불편 등을 없애기 위해 1m 정도 고개를 잘라내 경사도를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주민이 원해서 3억 6천만 원을 배정했다는 이 공사를 상당수 주민은 반대한다는 사실입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북촌 주민
- "안 하고 싶은데요, 동참을. 아니요. 주민들도 반대해요."
22명의 주민이 사업 목록을 정하고, 100여 명이 순위를 투표하는 현행 주민참여예산제의 맹점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결국, 주민참여예산을 도입한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종로구청장에게 사업 재고를 요청했습니다.
▶ 인터뷰 :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
- "어쨌든 참여예산 취지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하자는 취지가 되다 보니까…."
지난해 500억 원이 편성된 주민참여예산, 정작 주민에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영상취재 : 이권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