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저항해 만세운동을 벌이다 주민 29명이 참살됐던 1919년 제암·고주리 학살 사건, 기억하십니까?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지만, 94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너무나 초라하기만 합니다.
갈태웅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화성시 고주리의 한 야산 풀숲.
무성한 잡풀 속에 쓰레기가 나뒹굽니다.
하지만, 이곳은 놀랍게도 1919년 만세운동 당시 독립선열 6명이 순국한 장소입니다.
제암·고주리 학살 사건.
만세운동 열풍을 누르기 위해 제암리 주민 23명을 보복 학살한 일본군은 곧이어 고주리 열사 6명도 무참하게 살해했습니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이 아픈 역사가 쓸쓸히 묻힌 것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94년간 이들이 잠든 곳이 바로 공장지대 옆 동네 공동묘지란 사실입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순국선열은 모두 6분이지만, 봉분은 현재 단 3개만 남아있습니다. 그나마 이 초라한 봉분도 누구의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주민들은 현장 복원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개발에 제한을 받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현종서 / 고주리 주민
- "복원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근에 사시는 분들이 피해는 보지 않는 그런 입장에서…."
오는 2019년, 만세운동 100주년을 준비 중인 지자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김종대 / 경기도 화성시청 문화예술과장
- "묘역이라든지, 교회 기념관 쪽이 아직도 소유권이 화성시로 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 나가야 할 부분이고요."
이젠 태극기도 달기 귀찮아하는 3·1절, 우리는 우리 대신 기꺼이 목숨을 희생한 선열들을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이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