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리 밑에 모여 살던 빈민들이 최근 해당 구청의 강제철거로 쫓겨났습니다.
인근 공터로 대피하긴 했지만, 또다시 쫓겨날 처지라고 합니다.
이성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9일, 굴삭기 한 대가 다리 밑으로 들어오더니 주거지를 철거하기 시작합니다.
한나절 만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용역직원에게 쌀을 뿌리며 거세게 항의합니다.
▶ 인터뷰 : 김덕자 / 넝마공동체 주민
-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할 수 있어. 사전에 무슨 말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지난 1986년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꾸려진 넝마공동체.
이곳에 머물며 재활용품을 주워다 팔아 새 삶을 찾은 사람은 3천 명이 넘지만, 관할 구청은 끝내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근처 운동장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라는 구청의 압력은 계속됐습니다."
어둠이 내린 새벽, 또다시 등장한 굴삭기가 컨네이너를 마구 내려칩니다.
부서지고, 뜯기고, 파이고, 구청의 기습철거에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이영자 / 넝마공동체 주민
- "문을 열지 못하게 틀어박고. 우리는 방에서 나올 수도 없고. 심장이 떨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화장실을 폐쇄하고 운동장으로 오가는 길목을 봉쇄하자 주민들은 완전히 고립됐습니다.
구청은 시유지 점거가 불법인데다 인근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와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김중철 / 서울 강남구청 주거정비팀장
- "탄천운동장은 연간 2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울시 행정재산입니다. 누구도 무단으로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넝마공동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노숙인 자활 기능을 더욱 키우려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갈 곳 잃은 주민들은 언제 또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영상편집 : 국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