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나 여의도, 서울역 등에 가보면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빨간색 광역 버스 많이 보셨을 텐데요.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해당 지자체나 경찰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오지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어제 저녁 서울 강남역 지하철 출구 앞.
꼬불꼬불 마치 미로를 연상케 하는 유난히 긴 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수원과 용인 등 경기 도내에 사는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문희 / 경기도 수원시
- "한 3대에서 4대는 그냥 보내요. 앉아서 가려고 서서 기다리는 거니까."
▶ 인터뷰 : 김우민 / 경기도 용인시
- "사람이 많으니까 편하게 와야 하는데 서서 와도 지옥철처럼 사람에 밀려서 오니까 그게 힘들고."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자리는 서울에, 집은 경기도 내에 있는 시민 124만 명은
매일 같이 통근길 좌석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 스탠딩 : 오지예 / 기자
- "광역버스로 통근하는 시민들의 경우 평균 1시간 20분 정도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떨까요. 직접 타보겠습니다."
45명 정원인 광역 버스.
하지만 이처럼 출퇴근길엔 좌석이 무색합니다.
승객들이 어깨가 맞닿을 만큼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고, 앞뒤 출입구에는 대롱대롱 시민들이 매달려 있기까지 합니다.
▶ 인터뷰 : 박민호 / 경기도 김포시
- "가방 들고 있는 게 민폐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요. 의자 위로 넘어질 뻔한 적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사고 위험뿐만 아니라 건강상 이상도 경고합니다.
▶ 인터뷰(☎) : 양용호 / 허리편한병원장
- "골반과 허리 연결 부위에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디스크 변성이 촉진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출퇴근하신다면 디스크로도 충분히 발전 되실 수 있죠."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송경근 / 용인시청 버스행정팀장
- "전화나 인터넷으로 3~4건 정도 매일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광역버스를 포함해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입석 운행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출퇴근길 교통 대란을 우려해 단속하지 않고 있고, 버스 회사는 수익 상의 이유로 버스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개별 지자체에 맡기기보다는 광역버스 노선과 배차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광역 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김영국 /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 "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해 광역버스 혼잡도 문제는 개선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불법을 묵인하는 가운데, 수도권 통근길 시민들은 오늘도 위험한 광역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MBN 뉴스 오지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