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서 공부시키고 대학원까지 보내놨는데.. 교수 집에서 개밥도 주고 이삿짐도 날라주고 있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서울대 대학원생들의 인권 침해 사례입니다.
이 사실이 공개되고 보름이 지난 지금, 대학사회는 변했을까요?
오택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출장 간 교수 집에 가서 애완견 밥을 챙겨주고.
교수 아들 생일파티에선 풍선을 불어줍니다.
모두 서울대 대학원생 이야기입니다.
설문조사에선 응답 대학원생의 30%가 교수의 잡무를 해주거나 선물을 강요당했고, 혹은 논문 대필을 지시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태가 알려진 뒤 서울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일단 교수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서울대 A 교수
- "대부분의 교수는 본인의 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서울대 교수 전체가 그런 것처럼 취급받아…."
교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한 교수 가운데 약 80%가 '대학원생 인권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원생들과 인식이 엇갈립니다.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이 인권 침해에 대해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라 말합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대학원생
- "교수들은 내가 대학원에 오라고 했느냐 네가 공부하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하면 학생들은 할 말이 없고…."
▶ 스탠딩 : 오택성 / 기자
-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교수가 평가의 전권을 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어느 대학원이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학원을 중퇴한 27살 이 모 씨.
차 운전뿐 아니라 심지어 자녀들 학교 숙제도 대신하라는 지시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논문 평가도 취업 추천도 한 교수가 모두 하다 보니 싫어도 억지로 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대학원 자퇴생
- "국내에서 취업할 때 교수와의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아봤자 취업 되지 않으면 끝인데…."
▶ 인터뷰 :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 "가르치고 배우는 입장의 차이가 있는 거지 주종관계는 아니에요.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이 우리 학자들에게 부족하다…."
서울대 측은 이번 사태 뒤 대학원생 인권조례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MBN뉴스 오택성입니다.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이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