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벌써 오원춘 사건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폭행을 당하던 30대 여성이 112에 신고해 출동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신고한 여성의 집은 오원춘이 살던 그 마을이었습니다.
추성남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도 수원 지동의 한 다세대 주택.
이곳에 사는 31살 피해 여성 A 씨는 지난주 일요일(17일) 폭행을 견디다 못해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가해자 몰래 신고한 것이지만 경찰은 처음에는 허위 신고로 생각했습니다.
경찰이 확인 차원에서 다시 발신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은 가해자는 그런 일이 없다며 발뺌했고, 결국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경찰의 전화 이후 "오원춘에게 희생당한 여자처럼 해주겠다"며 다시 폭행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신고 여성(제보 음성, 어제 새벽)
- "오죽 무서웠으면 기어가서 집 전화기를 간신히 잡았어요. 그런데 (경찰이 다시) 전화해서 '여자분이 두들겨 맞았다고 전화 왔다'고 말하니 저는 어떻게 됐겠어요? 더 맞았죠."
피해 여성 A 씨는 이틀 동안 자신의 집에 갇혀 구타를 당하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신고 여성(제보 음성, 어제 새벽)
- "(현관) 비밀번호 키 안쪽에서 건전지 빼놓고, 밑에 있는 키도 잠그고. 창문도 이중으로 잠금장치 해놓고…."
뒤늦게 부모님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신고 여성
- "경찰이 한 번쯤은 와서 상황이 어떤지 봐줄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제가 사는) 지동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잖아요. 운이 나빴다면 그런 상황(죽음)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경찰은 오원춘 사건 이후 112 신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 인터뷰 : 조현오 / 전 경찰청장(지난 4월 9일)
-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관의 범죄 대응 능력과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하겠습니다."
경찰도 출동했어야 하는 게 맞다며, 잘못을 인정합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경찰이 다시 전화하니깐) 남자분이 전화를 받아서 '신고한 적 없다'고 답변하니까 직원들이 충돌을 안한겁다. (그런데) 나가야 하는 것이 맞거든요."
▶ 스탠딩 : 추성남 / 기자
- "오원춘 사건으로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대대적인 112 개편과 치안선포식까지 개최한 경찰. 하지만,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추성남입니다." [sporchu@hanmail.net]
영상취재 : 이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