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깊은 그늘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감추고 항상 웃는 얼굴을 강요받는 사람들.
이들이 겪는 '감정 노동'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비스업 종사자 530만 명, 인격 무시 경험자 40%, 폭언 및 폭행 경험자 35%.
서울시민의 민원과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다산콜센터.
항상 상냥하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야 하지만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인터뷰 : 배경신 / 다산콜센터 상담원
- "욕설이라든가 화부터 내는 부분들이 있으세요."
▶ 인터뷰 : 조미희 / 다산콜센터 상담원
- "울컥해서 눈물이 나온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상담을 하다가 울면 안 되는데…."
상담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성희롱도 잦습니다.
▶ 인터뷰 : 다산콜센터 녹취 자료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자 가슴 사이즈 A 사이즈가 얼마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스탠딩 : 정광재 / 기자 (다산콜센터)
- "제가 직접 몇 통의 전화를 받아봤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육두문자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다 보니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뛸 정도입니다."
▶ 인터뷰 : 다산콜센터 녹취 자료
- "야 이 000야, 이런 0이 있나? 그 00 바꿔봐, 나하고 통화한 00 하나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을 겪지만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인터뷰 : 한중현 / 다산콜센터 팀장
- "오랜 기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면 출근할 때 가슴 떨림, 이런 것을 느낀다는 분도 있고, 갑자기 폭발하기도 합니다."
12년째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일해 온 안소영 씨.
▶ 인터뷰 : 안소영(가명)
- "최근에 병원을 갔더니 스트레스성에 의한 간 기능 저하라고 해서 지금 약물 치료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손님'입니다.
▶ 인터뷰 : 안소영(가명)
- "고객의 부주의로 인해 제품이 약간 파손된 경우가 있었는데, 교환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임신한 제 배에다가 그 제품을 던졌거든요."
실제 그녀가 받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 인터뷰 : 유상우 / 연세유앤김 정신과의원 원장
- "이 분은 현재 정신과적인 진단이 가능한 가장 높은 스트레스 수준에 근접해 있는 상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전국의 서비스직 종사자 4명 가운데 1명 이상인 27%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심각한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은 전무하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성종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기획실장
- "감정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산업 재해로 인정을 해서 감정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률적인 문제, 제도적인 문제를 갖춰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가 감정 노동 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
MBN뉴스 정광재입니다. [ jkj@mk.co.kr ]
김지영 작가 / 김애정 피디